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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얼굴, 휴먼 게놈 프로젝트 - Homo sapie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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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미(happyumi007@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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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게놈 프로젝트에 대해서 많은 언론들이 들떠서 떠들고 있지만 과연 그만큼의 이로움을 안겨줄까? 오히려 폐해만 가져다주는 건 아닐까? 물론 이로운 점도 많겠지만 그 이면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잠잠한 것 같다. 그래서 여기서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을 때 그 영향에 대해서 양쪽 다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란?
현재 휴먼 게놈 프로젝트는 민간 기업인 셀레라 제노믹스(Celera Genomics Corporation)가 뛰어들어 4월 6일 염기서열의 구조를 완전히 해독했다고 발표했으나, 미국의 HGP 한 연구원이 그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어놓았고 여러 과학자들이 그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므로 염기서열이 모두 밝혀졌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휴먼게놈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끝내기로 하고, 이제 프로젝트가 완성 됐을 때의 영향들에 대해서 언급하겠다.
사실 휴먼 게놈 프로젝트라는 것이 DNA의 염기서열을 밝혀낸 것이지, 그 기능까지 알아낸 것이 아니라서, 그것이 완성이 된다해도,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기능을 밝혀내기까지는 아직 10∼20년 정도가 더 걸린다고 하니까, 지금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이 됐다고 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다. 앞으로 내가 언급할 결과들은 그 기능이 밝혀진 것에 대한 것과 기능이 밝혀졌다는 가정 하에서 생각한 결과들이다.
2136년 의사, 약사가 사라진다? 유전자 이상으로 생겨나는 질병을 고친 사레로는 1990년에도 이미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면역력이 떨어진 4세의 여자아이에게 유전자 치료를 하여서 성공한 사례가 있어서 유전자 이상으로 생겨나는 질병을 고치는 일이 꿈같은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전적인 이상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ＤＮＡ칩이 있다. ＤＮＡ칩은 유전자 검색을 위해 유리판 위에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ＤＮＡ를 고 밀도로 붙여놓은 것으로 유전질환 등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다． 유전자 칩은 ＤＮＡ 염기들이 특정 순서로 나열된 사다리처럼 결합된 '이중나선' 구조에서 특정부분 한 가닥만 떼어 붙여놓은 것으로 이 유전자 칩에 검사대상자의 유전자를 반응시키면 유전자 칩 위에 있는 것과 딱 맞는 염기서열을 가진 유전자만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
특히 암과 당뇨병 등 6천 여종의 유전병의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고 이에 따라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맞게 설계된 '1인용 의약품'도 등장해 맞춤의료도 가능하게 된다.
특허전쟁? １９９８년１０월 미국 특허청은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인사이트사(InSite)에 이색 특허를 내줬다. 세계 최초였다. 특허의 대상은 다름 아닌 유전자였다.
원래 특허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물질이나 기술을 '발명' 하는 행위에 주어진다. 그런데 인간의 유전자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 의 대상이다. 이미 존재하는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을 밝히는 일이 과연 특허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예를 들어 한 과학자가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견해 특허를 받았다고 하자. 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용으로 이 유전자를 사용할 때 병원 측은 그에게 비용을 내야 한다. 이때 과학자는 마치 부동산처럼 유전자 소유권을 병원 측에 팔 수도 빌려줄 수도 있다.
지난해 ５월 미국, 일본, 유럽은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에 대해서는 특허를 주지 않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이것은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에 대해서는 특허를 주겠다는 의미이므로 아직 기능을 밝혀낼 기술조차 없는 나라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당신의 유전자가 당신을 궁지로 몰 수 있다! HGP 초창기부터 윤리학자들은 유전학적 지식이 보험과 고용 부문에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유전자 검사에서 혈액 색소 침착증을 일으키는 유전 표지(標識)를 지닌 것으로 판명된 한 남성은 완치 가능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보험회사는 그가 치료를 중단하고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그의 보험 계약을 취소했다.
또 다른 남성은 고용 前 신체검사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그는 건강했지만 신장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한 회사의 행정 책임자였던 테리 사전트(Terry Sargent, 43)는 지난해 12월 신체검사에서 자신의 남자 형제 목숨을 앗아간 유전자형 질병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예방 치료를 시작했지만 회사는 결국 그녀를 해고했다.
현재 미국의 39개 州가 유전자 검사를 바탕으로 한 건강 보험상의 차별을 부분적으로나마 금지하고 있으며 15개 州는 몇몇 고용차별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법 가운데 다수에 허점이 있으며 고용주들은 여전히 직원들의 유전 정보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1999년 미국 경영협회(AMA)의 한 조사에서 미국 중·대형 기업의 30%가 직원들의 유전 정보를 입수하고 있으며 7%는 그 정보를 고용과 승진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의 기능이 모두 밝혀질 미래의 사회에서 유전자 검사가 고용과 보험 또는 다른 부분에서 악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배우자 선택에도 유전자가 중요한 검토항목으로 떠오른다. 머리 좋고 튼튼한 배우자와 결혼하고 싶은 것은 모두의 소망. 앞으로는 학력과 건강진단서 대신 유전자의 '질'을 파악하고 상대를 선택하는 '유전자궁합'의 시대가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원하는 대로 아이를 만들어 드립니다! 환자로부터 나쁜 유전자를 제거하고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는 치료 술이 세계 의학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치료는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성과를 활용해 21세기 최첨단의학으로 우뚝 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흥미롭게도 유전자치료의 대상은 사람 형체를 갖추지 못한 수정란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예 부모의 정자와 난자, 또는 초기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를 검사해 아기가 병에 걸릴 '싹'을 제거하자는 의도다. 이 방법이 성공하는 순간 대를 이어 집안을 괴롭혀 온 가족의 병력은 종말을 고한다.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치료를 받을 경우 그 자손은 더 이상 질병 유전자를 전달받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정상 유전자 대신 '좋은' 유전자를 넣을 가능성이다. 자식이 우수하기를 바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은 부모의 마음이다. 이왕이면 높은 지능과 뛰어난 예술적 감성, 건강한 체력, 그리고 준수한 외모를 갖춘 '맞춤아기'를 원하지 않겠는가?
우성 열성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 아이가 과연 그들의 아이인가? 그렇게 인간을 조작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윤리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그리고 나쁜 유전자라고 하는 것이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산소를 운반하는데 문제가 있는 겸상 적혈구는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어떤 유전자를 나쁜 유전자로 판단할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 결과는 그림의 떡? 미국과 영국 정상이 지난주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연구결과를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합의함에 따라 우리 나라 과학자들도 게놈 기초정보를 무료로 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30억 달러 자리인 이 정보를 무료로 쓰면 우리에게 얼마나 이득이 될까？ 과학자들은 "구슬은 꿰어야 보배"라고 말한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능 유전체 연구부문의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10만개 유전자 중 치매와 관련한 유전자를 찾아내 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생물학에 능통한 생물정보학자의 컴퓨터 분석작업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찾아낸 유전자가 어떤 환경에서 치매를 일으키는지를 밝혀내야 치료와 예방 등 인간에게 유익한 연구작업이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 유전자 분석 능력을 갖춘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미국의 기초정보 공개방침은 유전자 기능 연구에 주력할 환경이 됐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국내에서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정보 요원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유전자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우리에겐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연구원 3∼5명을 미국 국립 보건원(ＮＩＨ) 훈련 프로그램에 파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생물정보 전문가를 계속 양성해갈 예정이라고 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을 해야 조금이라도 따라 갈 수 있을 것이다.
대처방안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마치 휴먼 게놈 프로젝트는 암울한 현실을 가져올 것 같이 많은 얘기를 다루었다. 그렇지만 HGP 원래의 목적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백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의 부모에게 '이 아이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하면 무엇을 하겠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그 부모는 목숨이라도 바꿀 것 같이 얘기할 것이다.
그렇다. HGP 원래의 목적은 인간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밝혀내 유전으로 인한 질병을 없애는데 있었다. 그리고 생명의 신비를 밝혀 내는 작업. 이것은 과학자들에게 너무나도 큰 도전의 과제가 아닌가?
우리는 HGP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보아서도 안되고 긍정적인 측면만을 보아서도 안 된다. 그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낳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낳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에겐 거기에 발맞출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과 올바른 윤리의식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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