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게놈 연구가 가져올 우리의 미래

HLA조직군(세포막 상에 존재하는 개체 특유의 항원 적합성 단백질군. 이식수술을 할 때 기증자의 HLA와 수혜자의 HLA가 다르면 수혜자는 그것을 항원으로 인식, 면역체계를 동원해 거부반응을 일으킨다.)의 암호를 신속하게 해독하여 이식 받아야 하는 모든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워크 shop이라는 협동단체를 통하여 저자의 스승 '쟝도세'와 다니엘 코엥은 HLA조직군을 가진 사람은 특정한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런 식으로 장차 걸릴지 모를 질병을 예방하고 가능하면 미리 예방조치를 취하고 발병인자를 알 경우엔 그것을 피하게 해주는 '예언의학' 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이런 조직군에 존재하는 감염성이 있는 유전자들을 추적하는 기술을 코엥은 인간 게놈프로젝트에 확대할

것을 제안했고 그렇게 인간 게놈에 관한 체계적인 협동 연구를 목표로 하는 최초의 국제 기구가 탄생되었다. 그리고 베르나르 바라토의 만남으로 유전학 공장도 세워지게 되고 인간의 게놈연구를 통해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들이 있는 곳을 더 빨리 쉽게 찾아낼 수 있고 치료라는 진짜 문제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저자는 휴먼게놈 프로젝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렇게 저자가 일진 일퇴, 성공과 불안을 거듭하며 모험을 전개해온 과정이 이 책에 솔직하게 그려지고 있다.

유전학이 발달할수록 그에 따르는 윤리적인 문제도 생기고 있는데 인간게놈의 이해에 의해 제기되는 두려움들, 이를테면 행동이나 지능 유전자를 과학자들 마음대로 조작해서 인간 아닌 인간으로 만드는 것 등 모든 사람들이 의학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는 시대를 예상하고 미리 겁에 질릴 필요는 없는지도 모른다고 본다. 생물학적 지식에 근거하지 않 는 인간의 유전 형질에 대한 구시대적이고 피상적인 시각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리고 유전학의 눈부신 발전을 통해 인간의 사물화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간의 행동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사물화 되거나 몇몇 단순한규칙에 의해 결정될 수 없고, 원한, 고통, 선의, 희망, 기쁨 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동물처럼 만들지 않는 이 모든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인류가 생명을 지배하는 데에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이득은 인간의 생리적 재난 뿐 아니라 정신적 재난까지 해결하는 데에도 폭넓게 이용될 것이다라고 인간게놈 연구 실시를 찬성한다. 다만 남용과 악용은 피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특별히 조심해야 할 진정한 윤리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인간에게 이로운 적용을 하는 한도 내에서 인간게놈 프로젝트 실시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림2. 쟝도세
1960년대에 인간의 세포표면분자들이 개인마다 다르고 그것이장기 이식 때 장애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면역학의 선구자로1980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렇다면 저가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 책의 과학적 모험의 주제인 '게놈'이란 무엇일까? 구조면에서 보자면 게놈은 모든 세포의 핵 안에 존재하고 있는 몇 미터의 DNA이다. 기능 면에서는 세포 핵 안에 들어있는 정보의 총체라고 말할 수 있다. 세포가 분열할 때 이 정보는 세포에서 세포로 전달되고 생물이 번식할 때 이 정보는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이 된다. 인간의 게놈은 30억개의 염기 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염기들은 23쌍의 염색체 형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염색체들 위에 약 10만개의 유전자들이 띄엄띄엄 늘어져 있다. (그림3:염색체) 참조

이처럼 한 생명체의 모든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게놈 즉, 30억쌍의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되어 있는지 밝히는 작업이 인간게놈 프로젝트이다.

1990년 미국과 영국을 필두로 10만개의 유전자를 포함하는 인간의 게놈을 완전히 읽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담하고 야심찬 국제적인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이는‘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정보를 디지털화 하는 것으로 비유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0과 1 두 숫자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고 영어로 기술된 책이 26개의 알파벳으로 쓰인 데 비해 인간의 게놈은 A, C, G, T라는 기호로 표기되는 4종류의 염기가 특정한 순서로 30억번 배열돼 이루어진‘생명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는 이러한 서열을 완전 구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 방대한 계획인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총 30억 달러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현재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어서 금년 상반기에 90% 이상 구명될 예정이라고 한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하지만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요구하는 만만치 않는 작업이다. 만약 생물 게놈의 길다란 DNA를 한꺼번에 죽 해독할 수 있다면 연구는 간단히 끝난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로는 이 일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복잡한 실타래 모양으로 얽힌 DNA 가닥을 풀어놓기가 어렵다. 과학자들이 생각한 묘안은 일단 자르고 다시 붙이기였다. 즉 DNA를 특정 효소를 이용해 토막을 낸 후 연결점을 찾아내 다시 연결하면 매끈한 선 형태의 DNA가닥을 만들 수 있다. 뒤엉킨 실을 풀 때 가위로 여러 군데 싹둑 자른 후 그 토막들을 순서대로 붙여 한줄로 길게 늘어뜨리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그림5: 유전자 지도 작성법
작은 DNA조각들을 라이브러리에서 찾아서 끊어짐이 없이 연결시켜서 하나의 완전한 염색체 지도를 완성한다.

이렇게 게놈을 구성하고 있는 DNA 염기들의 순서를 모두 밝혀서 유전자 지도를 작성할 수만 있게 된다면 우리가 신비하게만 여겨왔던 각종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단계별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왜, 어떻게 질병이 생겨나고 자라나 노화나 사망을 가져오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이제껏 베일에 가려왔던 '신의 영역'인 생명의 설계도를 인간의 손에 넣는 셈이 되는 것이다.

단백질 합성과 세포복제를 명령하는 DNA안의 23개 인간 염색체의 염기서열 지도를 들여다보면 어느 부분이 손톱을 만들고 심장과 머리카락을 만드는 곳인지, 피부나 눈동자의 색을 결정하는 곳인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DNA에 어떠한 변이가 생겨나 세포가 제구실을 못하고 결국 질병과 노화를 일으키게 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유전학자들은 짧은 시간에도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다. 원인 유전자가 밝혀진 유전병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 21세기에는 유전자 치료가 유전병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이 방법은 바로 잘못된 유전자를 정상적인 것으로 대치하는 것이다. 즉 생명의 책을 교정하여 틀린 부분을 고쳐 쓰는 것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혜택은 유전병을 앓고 있거나 유전병을 앓는 자녀를 갖게 될 수많은 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 치료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은 암이다. 이 외에도 유전자이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질병이 더 이상 인류에게 위협이 되지 않게 된다. 유전자 지도를 가지고 있으면 암세포 내 유전자의 변형 부위를 비교해 확인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비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한 물질을 만들어내 투여하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심장병이나 당뇨병, 혈우병, 낭포성 섬유증(서유럽계 백인에서 잘 나타나는 유전병은 점액질이 생겨서 폐가 손상, 감염이 되어서 얼마 살 수 없는 치명적인 병), 류머티즘 등도 유전자 지도만 완성이 된다면 간단한 유전자 테스트를 통해서 예방할 수 있다.

유전자 지도의 또 다른 가능성은 노화방지이다. 현재 노화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는 것은 유전자 끝에 위치한 telomere인데, 이것은 인간이 태어날 때는 길지만 성장을 하면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 나이가 들수록 작아져 노인의 telomere는 어린이와 비교할 때 매우 작아져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telomere를 유전자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telomere의 탈락을 방지해줌으로써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20년∼30년 안에는 새로운 유전자 검사법의 개발에 따라 개인이 어떤 유전적 질병에 걸릴 위험에 있는지 알아내 적합한 서열의 유전자를 교체, 투입하는 방법으로 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처럼 인간의 게놈 정보는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를 확인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고, 결국 미래 의학에서는 유전자진단을 통하여 질병 발생 가능성을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심지어 신생아의 출생 이전에 그 아이의 건강에 관련된 유전자를 검사함으로써 나이별로 질병 발생 가능성을 추정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면서 음식물이나 생활 습관의 조절을 통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바람직한 성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유전자 검사로 개개인 유전자의 특성에 따른 맞춤 의약품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다니엘 코엥과 같은 낙관론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아무런 생각과 고민도 하고 있지 않은 지금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휴먼게놈 프로젝트에 의해, 여러 가지 불치병들의 치료와 조기 발견등 획기적인 과학의 발전과 진보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새로운 선과 악이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그것은 과학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있을 것 같다.

유전자 감별을 통해서, 선천적으로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아이가 생긴 경우, 부모는 이 아이를 낳지 않을 수도 있고 아예 생식세포의 게놈을 변경하여 유전병이 근본적으로 치료된 아이를 낳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체세포에 유전자를 전달하면 그 유전자는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식세포에 유전자를 전달하면 게놈이 영구적으로 변경돼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지속적으로 그 유전자가 전달된다. 따라서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 정상적인 유전자를 생식세포에 전달하는 유전자 치료는 자손대대로 그 유전병을 치유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인 셈이다. 문제는 유전병을 치료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생식세포의 게놈을 변경해서 더 잘생기고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서 유전자를 바꾸게 된다면, 생명을 존엄하게 여기는 생명존중사상을 없어지고 물건을 고르듯 유전자가 상품으로 전략하고 마는 상업주의가 만연하게 되는 사회를 상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또 인간에 대한 설계도와 마찬가지인 유전자 지도가 휴먼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한 선진국들에 의해서만 공유되는 자료가 된다면 유전자적 치료를 기대하는 많은 과학자들의 희망을 무시한 채 상업적 이기주의가 득실대는 또 하나의 모순을 만들어내고 말 것이며, 대중적인 치료의 도구라기 보다는 가진 자의 독점적인 기술로 전락하게 되고 말 것이다.그리고 개개인의 유전적인 정보가 자신이 취직할 직장이나 보험회사 등에 누출된다면 불리한 대우를 받게 될 가능성에 노출되는 것이다. 간단한 유전자 테스트만으로 심각한 유전적 질환을 보유한 사람이나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들은 취직이나 보험을 드는데 있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은 당연하게 벌어질 상황임에 틀림없다. 사용자와 보험회사들이 노동자와 고객들을 유전자 정보에 기초해서 분류하는 한, 유전자 테스트를 행하는 모든 사람들은 차별의 위협에 놓이게 되고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것이다. 그리고 혈액이나 정액과 같은 생물학적 시료의 분석에 의해, 과학자들은 개개인의 DNA 개략도를 만들어 내어 이를 이용하여 신분확인의 목적에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시민적 자유를 침해받을 수 있다.

휴먼게놈 연구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긍정적인 면들도 많이 있지만 비윤리적이고 상업주의적인 사람들에 의해 여러 부정적인 문제들도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을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생명공학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고찰을 수반하게 된다. 생명공학은 바로 생명 그 자체를 다루는 과학과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다. 휴먼 게놈을 연구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앞에서도 보았지만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어두운 상황만을 생각하고 미리 겁내어 휴먼게놈 연구는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명 과학을 다루는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인간의 삶을 한층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드는데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병들고 늙고 허약해져야 하는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생명 공학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 과학은 인간정신의 자유로운 추구, 의학적 경제적 이익, 그리고 인류복지를 가져다주는 활력의 한 원천으로서 마땅히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과학적 기술의 활용에서 오는 위험이나 오용 가능성은 사회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서 우리는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하고 국가나 사회는 이러한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심사 숙고해서 여러 제재를 가하여 미래에 대한 대비책으로 미리 조치를 취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본다. 이러한 휴먼게놈 프로젝트에 의해 전개되는 생명공학의 시대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